보도자료

(주)코베이옥션의 보도자료입니다.

경매에서 보물 하나 건져볼까
사진

“그림을 보는 순간 감전된 느낌이었어요. 드디어 내게도 행운이 오는구나 생각이 들었지요.”

최근 고려시대 수묵화로 추정되는 옛그림 <독화로사도>를 발굴해 소개한 미술품 감정학자 이동천씨는 3년 전 인터넷 경매사인 코베이 사이트에서 그림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을 털어놨다.

당시 사이트에는 종이쪽이 떨어져 너덜거리고 쭈글쭈글해 그림을 알아보기 힘든 상태의 사진과 함께 조선시대 유하노인의 산수화로 추정된다는 소개 글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사진을 확대하여 살펴보니 기암절벽 사이의 촌락 앞쪽에 커다란 쇠백로가 우뚝 서 있는 모양이 희미하게 보였다. 조선시대 산수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구도였다. 정상적인 산수화라면 화폭 가득한 기암절벽 사잇길로 꼬부랑 노승이 걸어 들어가는 구도가 전형인데, 그 그림은 정반대였던 것이다. 이씨는 지금처럼 산수화와 인물화가 갈라지기 이전 한국화의 일단을 반영하는 것으로 고려시대의 그림이 분명하다고 보았다. 그의 견해가 옳은지 그른지는 두고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고미술계에 고려 때의 그림이 과연 어떠했을까, 화두를 던진 것만은 분명하다.

고려 때 작품임이 최종 확인되면 한국 최초의 수묵화가 되어 값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귀한 문화재가 될 터인데, 코베이 현장경매인 ‘삶의 흔적’전에서 들인 돈은 ‘단돈’ 260만원.


00463832105_20130321.JPG

코베이의 ′삶의 흔적′ 경매에 앞선 매물 전시.


<독화로사도> 발굴을 계기로 고미술 경매가 화제다.

우선 이씨가 ‘보물’을 건진 코베이(대표 김덕기). 1999년에 설립된 취미·예술품 온라인 경매회사로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해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주종목은 한문으로 된 고서적, 양장본 시집·소설집, 손때 묻은 교과서, 추억의 만화 등 책자. 하지만 옛편지, 족자, 병풍, 먹 등 서재용품, 놋요강, 무쇠화로, 풍구, 먹통 등 생활용품은 물론 일제시대 풍광을 담은 엽서, 잡지 등도 비중있게 거래된다. 경매사업부 정윤정 팀장은 “라면봉지, 간판, 우유병, 책받침 등 과연 거래될 만할까 의심스러운 물건조차 거래되어 시골의 헛간, 구멍가게 진열장 아래쪽 등에서 썩어가던 물건들이 햇빛을 보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졌다”고 소개했다. 카테고리도 다양해 383개 종류에 이르며 한달 3만5000여건이 거래된다고 한다. 1000~500만원의 중저가 물품이 대부분이다.

코베이는 시골 장터와 흡사하다. 회사 쪽은 수수료를 받고 물건과 대금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중개하는 구실에 그칠 뿐, 물건의 상태나 진위 여부는 보증하지 않는다. 오로지 사고파는 당사자들한테 일임한다. 하지만 매달 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삶의 흔적’ 경매는 코베이 쪽에서 물품을 조달해 직접 경매하며 진위가 문제될 경우 3년 이내에 반품이 가능하다. 2000년 5월 처음 시작해 2002년부터 매달 한차례 정례화하여 지금까지 159차례 현장경매를 했다.

다양한 물건이 비교적 싼값에 거래되는 까닭에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머니가 얇거나 중간 시세차익을 노리는 중간상들이다. 특정한 분야의 자료를 수집하는 컬렉터나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학자도 많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사람들, 예컨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박성모 소명출판 대표, 여승구 화봉문고 대표, 박암종 디자인박물관장 등이 코베이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온라인의 경우 2012년에 거래된 ‘골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각종 기념물품과 전두환·이병철 등이 사용한 골프채 등 1000여 점’이 1억6000만원에 낙찰되고, 삶의 흔적전에서는 당채 필사지도 25장이 수록된 1758년 보물급 <여지승람> 필사본 6책이 75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경매는 아이옥션(대표 공창규). 서울옥션, 케이옥션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매출을 기록하는 메이저 경매사로 고전적, 고미술품이 주거래 품목이다. 분기별로 진행되는 네 차례 메인경매와 그 사이사이 중저가 물품을 거래하는 장터경매 등 한해 8차례 경매를 한다.


00463918105_20130321.JPG
코베이에서 구입 당시의 <독화로사도>.


지난 12일 오후 5시에 실시된 봄 경매에는 상감모란문표형주전자 등 214점이 출품되었는데 182점이 낙찰돼 85%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총 낙찰금액은 8억5000만원. 지난해 12월 메인경매보다 낙찰률이 10% 높아지고 낙찰금액도 1억5000만원이 늘어났다. 아이옥션 쪽에서는 6000만원 이하의 손이 잘 타는 작품 위주로 출품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을 지켜보니 경봉 스님의 병풍이 300만원에서 시작해 900만원에, 최종태의 조각품 피에타가 350만원에 시작해 660만원에 낙찰되는 등 종교적인 색채의 작품이 치열하게 경합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매물이 적은 게 특징. 공창규 대표는 2007년 정점을 찍은 이래 지금까지 조정을 거쳐 바닥권에 이른 탓에 팔 사람들은 반등하기를 관망하면서 고가의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7년 2억원에 거래되던 작품이 요즘은 3분의 1 값에 거래된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고서를 주로 취급하는 금요경매(대표 박민철)는 그동안 유지해왔던 매물의 질을 확보하기 어려워 올해의 경매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사고자 하는 사람의 유입은 다소 늘어나는 추세. 공 대표는 중저가의 매물이 나오기 때문에 경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새로 진입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옥션 쪽의 견해도 비슷하다. 소육영 경매팀장은 중저가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젊은 정회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그것은 경매 작품 값이 더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매에서 보물을 건진다거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금물. 경매사 관계자들은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 안에서 취미로 시작해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수단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신참자는 자기 연봉의 10% 또는 500만원 안쪽으로 상한선을 정하고 자기에게 익숙한 작가나 물건을 구입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으며 설령 실패해도 타격이 적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제2의 이동천이 되면 좋은 일이고.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원문보기: 출처바로가기

Top